[월드컵] 화끈한 출발-악몽-혈전 거쳐 이룬 쾌거
한국이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뽑아낸 5골은 한국의 역대 조별리그 최다 득점이다. 한국은 12일 그리스전에서 이정수와 박지성,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 이청용, 22일 나이지리아전에서 이정수, 박주영이 득점을 올리며 1승1무1패, 승점 4점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종전 최다골은 2002년 한일월드컵과 94년 미국월드컵에서 기록한 4골이다. 희망과 절망, 그리고 다시 희망이 찾아온 한국의 2010 남아공 조별리그 경기들을 뒤돌아본다. ▶한국 2-0 그리스(12일 1차전) 화끈한 스타트였다. 이정수의 결승골과 박지성의 쐐기골로 승부를 간단히 마무리지었다. 한국팀이 보여준 빠른 스피드와 탄탄한 조직력, 높은 볼 점유율 등은 한국축구가 또 한 번 발전했음을 입증했다. 허정무 감독은 한국인 감독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첫 승의 쾌거를 일궈냈다. ▶한국 1-4 아르헨티나(17일 2차전) 훌륭한 출발만큼이나 실망적인 경기였다. 아르헨티나가 유력한 우승후보임을 알린 게임이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수퍼스타 리오넬 메시의 가공할 경기 장악력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이과인에게 헤트트릭마저 허용하는 망신을 샀다. 1986년 마라도나가 이끌던 아르헨티나에 1-3으로 패한 것보다 더 뼈아픈 패배였다. 0-2로 뒤진 전반 막바지에 이청용이 만회골을 터트려 태극전사들의 후반 선전을 기대했으나 후반은 더 큰 ‘악몽’이었다. 무엇보다 허정무 감독이 그리스전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쳤던 수비수 차두리를 제외하고 오범석을 기용한 점, 후반 초반에 기성용을 빼고 수비수 김남일을 투입한 점 등은 아르헨티나의 막강한 공격력을 배가시킨 꼴이 됐다. 허 감독은 1-2 스코어를 지키려는 의도였으나 오히려 아르헨티나 공격력에 다시 탄력을 주는 결과를 낳으며 2골을 추가로 얻어맞았다. ▶한국 2-2 나이지리아(22일 3차전) 한국이 진정으로 16강에 오를 자격이 있는 지의 테스트였다. 태극전사들은 아르헨티나전 대패를 뒤로하고 나이지리아를 거침없이 몰아쳤다. 2패를 기록 중이던 나이지리아도 실낱같은 16강 희망을 살리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는 등 혈전의 연속이었다.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정수가 동점골을 뽑아냈고, 후반 초반에 박주영이 프리킥을 얻어내 역전골을 터트렸다. 허 감독이 스코어를 지키기 위해 김남일을 투입했지만 김남일은 벌칙 구역에서 오바시에게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킥을 내줘 2-2 동점을 허용했다. 한국은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넘기는 등 운도 따라 대망의 원정 16강행을 이뤄냈다. 이날 터진 두 골이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왔다는 게 눈여겨볼 점이다. 원용석 기자